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악마의 전략 ‘뒤틀기와 비틀기’

온누리세계관학교 북콘서트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board image▶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C.S.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는 전쟁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C.S.루이스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주간지에 이 글을 기고했기 때문이다. 그 글들을 책으로 묶은 것이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가 흥미로운 이유는 악마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경험 많고 교활한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조카이자 풋내기 악마 웜우드에게 인간을 유혹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31통의 편지가 이 책의 내용이다.
우리가 보통 악마의 모습을 어떻게 떠올리는지 생각해보자. 뿔이 달려 있고, 코가 뾰족하며, 째진 눈을 떠올릴 것이다. 박쥐처럼 사람들이 싫어하는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C.S.루이스는 악마에 대한 희극적 이미지에 과도하게 집중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악마를 불신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도 그와 비슷한 맥락의 문장이 등장한다.
“우리를 불신하게 되는 제일 좋은 전략 중의 하나다.”
그렇다면 C.S. 루이스가 생각하는 악마는 어떤 존재일까? 19세기는 역설적이게도 악마의 전성시대라 불릴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당시 문학작품에 매력적인 악마상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계몽주의 시대 사람들은 흔히 악의 작용 원리를 알면 진보된 이성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악도 인류 역사의 진보를 위해서 어느 정도 필수불가결하고, 때로는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여기기도 했다. 이처럼 악에 대한 낙관적인 생각을 하고 합리주의적 세계관에 익숙해지면서 사람들이 악마를 안 믿거나 악마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현상이 일어났다.
악마를 멋지게 그렸던 이전 세대 작가와 달리 C.S. 루이스는 악마의 세계는 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하는 심각함에 사로잡혀 있다고 보았다. 악마의 세계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바로 행정의 세계였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도 악마의 세계가 행정의 세계로 그려지는데, 그는 행정의 문제가 관료제를 통해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는 욕망이 일상적이고 세련된 형태로 나타나는데 있다고 보았다. 그가 살았던 20세기 중반에는 그러한 현상이 지금보다 욕망들이 더욱 두드러졌던 것 같다.
C.S. 루이스는 악마의 행동에는 두 가지 동기가 있다고 보았다. 징벌에 대한 ‘두려움’과 다른 대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굶주림’이다. 사랑과 하나님께서 주시는 자유와 대비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인간은 피조물일 뿐인데 피조물인 인간을 종에서 아들로 변화시키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다. 종에서 아들로 변화시킬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다. 하나님의 아들로서 선택을 하고, 자유를 통해 하나님과 친밀해지는 것이다. 이것을 반대로 하는 것이 악마의 법칙이다.
31통의 편지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악마의 전략은 뒤틀기와 비틀기다. 창조의 근원이 하나님이기 때문에, 하나님으로부터 등을 돌린 사탄은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능력이 없다. 그래서 사탄은 이미 있는 것들을 좌우로 흔들면서 인간을 유혹한다. 그 중 하나가 인간이 자신의 흔들리는 감정에 몰두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의 감정을 비틀어서 실재를 보지 못하도록 하고, 욕망을 통해서 망상을 형성하고, 관계를 왜곡시켜 버린다. 이것이 루이스가 본 악마의 은밀하지만 강력한 전략이다. 악마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도 사람들로 하여금 실제가 아니라 감정 자체에 집중하도록 유혹하고 있다.
C.S.루이스는 책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뿐만 아니라 여러 작품에서도 교리와 의견을 구분할 것을 강조한다. 교리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꼭 믿고 알아야하는 신앙의 내용이고, 의견은 교리는 아니지만 교리를 각자 신학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한 것이다. C.S.루이스가 스크루테이프를 통해 말하는 바는 유혹심리학에 근거해서 신앙의 내용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기에, 의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C.S.루이스는 악마에 대한 자신의 묘사를 과대평가하거나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교리와 의견을 겸손하게 구분하고, 인정하는 것이 기독교를 이해하는데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board image

작성자  이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