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신앙에세이 - 노란 벽돌 길

신앙에세이
 
노란 벽돌 길
 
1929년 10월, 미국 월스트리트의 주가가 갑자기 폭락하면서 그 여파로 세계대공황이 시작되었다. 대공황 발발 후 3년 동안 미국 시가총액의 90%가 증발했으며, 대공황이 절정에 달한 1933년에는 미국의 실업자가 무려 1,500만 명에 육박했다. 모두가 힘든 1930년대에 판타지 블록버스터 영화가 한 편 발표되었다. 프랭크 바움의 동화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를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이다. 미국 캔자스 농장에 살던 소녀 도로시가 회오리에 휩쓸려 신비한 나라 오즈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도로시가 애완견 토토와 함께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기 위해 에메랄드 시티를 향하는 길을 환상적으로 묘사했다. 먼치킨랜드의 먼치킨들이 도로시를 향해 “노란 벽돌 길을 따라가세요(Follow yellow brick road)”를 노래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면 중 하나이다. 그 노란 벽돌 길에서 뇌가 필요한 허수아비, 심장을 원하는 양철 나무꾼, 용기가 필요한 사자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는 도로시는 그 길을 따라가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토록 만나려 했던 오즈의 마법사가 사기꾼으로 밝혀지고, 도로시는 저 무지개 너머(Over the Rainbow)에 있는 집을 그리워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도로시는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란 벽돌 길을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가 발표된 지 꼭 80년 만인 2019년, ‘로켓맨’이라는 뮤지컬 영화가 발표되었다. 살아있는 팝의 전설 ‘엘튼 존’의 삶을 다룬 뮤지컬 전기 영화이다. 엘튼 존은 내한공연을 세 차례나 할 만큼 한국인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그의 수많은 히트곡 중 하나인 ‘Goodbye Yellow Brick Road’는 피곤한 도시의 삶을 떠나 시골에 정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황금만능주의, 성공제일주의에 대한 자전적인 비판과 자성이 짙게 깔려 있다. 이 곡에서 말하는 ‘노란 벽돌 길’은 바로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따온 것으로 에메랄드 시티로 가는 길이다.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황금색깔인 노란색과 견고함을 상징하는 벽돌로 만들어진 이 길은 꿈과 환상의 길이자 가장 완벽한 길이었다.
“이 백성은 그치지도 않고 동산에서 우상에게 제물을 바치고 벽돌 제단에 분향하면서 언제나 내 화를 돋우던 백성이다”(사 65:3).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생이 보장될 것 같은 이 완벽한 황금 탄탄대로는 최고의 부와 명성을 누릴 수 있는 길이지만, 진정한 사랑에 목말라하는 현대인들에게 잡히지 않는 신기루만을 보여줄 뿐 그 어떤 활로(活路)로 대체될 수 없다. 자신의 인생을 어떠한 길로 나아갈 것인지 결정하는 중요한 기로(岐路)에 선 다음세대들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한 학교 청소년들의 희망직업 리스트에 조물주 위에 있는 ‘건물주’와 사금융의 다른 얼굴 ‘고리대금업’이 오른 적이 있었다. 돈만 많이 벌면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트레빈 왁스는 그의 저서 <우리 시대의 6가지 우상>에서 현대인들이 섬기는 여섯 가지 우상을 ‘자신, 성공, 돈, 레저, 성, 권력’이라고 말하며 우상들의 매혹적인 올가미에서 벗어나 부단히 ‘나의 나라’에서 ‘하나님 나라’로 옮겨가는 인생의 분투가 신앙생활이라고 정의했다. 나의 나라를 짓는 것에서 떠나 내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를 지어가는 떠남과 따름이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 떠남과 따름을 몸소 실천하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시다. 예수님은 하늘 영광 가득한 보좌를 떠나 아버지의 뜻을 따랐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순간에도 너무나 매혹적인 노란 벽돌 길 앞에서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먼치킨들이 노래한 것처럼 노란 벽돌 길을 따라갈 것(Follow yellow brick road)인지, ‘로켓맨’에서 엘튼 존이 노래한 것처럼 노란 벽돌 길을 떠날지(Goodbye yellow brick road) 말이다.
오즈의 마법사를 만난 후 도로시가 했던 고백은 “집만한 곳이 없어요”였다. 눈물의 선지자 예레미야도 비슷한 고백을 했다. “주와 같은 이 없나이다!”(렘 10:6). 여호와 하나님을 일평생 눈물로 고백한 그는 주의 이름이 그 어떤 것보다 큰 능력임을 알고 있었다.

/ 곽상학 목사(온누리교회 협동목사, 다음세움선교회 대표)

작성자  홍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