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신앙에세이]인생의 겨울에

신앙에세이
 
인생의 겨울에 
 
겨울이다. 겨울은 다른 계절과 달리 단조로운 색깔을 지니고 있다. 차갑고, 몸이 웅크려지고, 얼어붙는 계절이다. 나는 겨울이 올 때마다 늘 생각나는 문장이 있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겨울에는 봄의 길들을 떠올릴 수 없었다”는 문장이다. 한겨울 창밖의 나뭇가지를 바라보면 그 앙상한 나뭇가지에 언젠가 화사한 꽃들이 가득 필 거라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차갑고, 무채색인 겨울에는 따뜻하고 화려한 봄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우리 삶은 계절과 닮아있다. 따뜻하고 밝은 봄과 같은 시기를 보낼 때도 있지만, 차갑고 어두운 겨울과 같은 시기를 보낼 때가 있다. 인생이 혹독한 추위 속에 있을 때 따뜻하고 행복한 봄이 찾아올 거라고 상상하기 쉽지 않다. 지금 처한 고통이 너무 크기에 ‘나에게 다시 좋은 때가 돌아올까?’ 낙심한다. 하지만 계절마다 저마다의 유익이 있듯이 하나님은 우리 인생의 겨울을 통해서 특별한 은혜를 허락하신다. 
하나님은 겨울을 통해서 우리를 깊이 만나주신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으로 선택받은 사람이었지만, 그를 질투하고 죽이려는 사울 때문에 비참하게 도망치는 삶을 살던 시기가 있었다. 다윗의 삶에서 가장 비참하고 혹독한 겨울이었다. 하지만 다윗은 그 시간을 통해서 일생 중에서 가장 간절하고 깊은 기도를 하나님께 올려드렸다. 하나님의 도우심과 구원하심을 가장 강력하게 체험했다. 다윗의 인생 겨울에서 하나님께 올려드린 기도(시편)가 오늘날에도 삶의 추위 속에 있는 수많은 사람을 위로하는 귀한 시가 되었다. 
나의 어머니는 암으로 돌아가시기 한두 달 전부터 몸을 일으켜 세울 힘조차 없어서 대부분 누워계셨다. 그때 어머니가 나에게 부탁하신 게 있다. 매일 밤 자기 전에 시편 3편씩 읽어드리는 것이었다. 다윗이 깊은 고통 속에서 하나님께 부르짖었던 그 기도들이 어머니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 소망을 주었다. 이로 인해 내 어머니 역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었다. 하나님은 춥고 고통스러운 겨울을 통해서 우리를 깊이 만나주시고, 그 경험을 귀하게 사용하신다. 
하나님은 겨울을 함께 날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도 보내주신다. 다윗이 볼품없고 초라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하나님이 소중한 사람들을 보내주셨다.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 빚진 사람들, 현실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었다.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위로하면서 그 시간을 이겨냈다. 그들은 다윗이 왕으로 세워질 때에 소중한 동역자들이 되었다. 하나님은 고통의 시간을 통해서 우리에게 소중한 인연을 선물하신다. 
내가 신학대학원 3학년 때 처음 시작한 사역이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교통편도 좋지 않은 데다가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서 택시를 탈 때가 많았다. 사역의 갈피를 못잡고 외로울 때도 있었다. 그때 어린 시절부터 같은 교회를 다녔던 친한 동생이 동료 전도사로 오게 되었다. 마치 천사의 얼굴을 본 것처럼 반가웠다. 그 전도사님 덕분에 차를 얻어타고 편안하게 출퇴근할 수 있었다.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매년 겨울이 찾아온다. 고통의 시간도 매년 찾아오는 겨울처럼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얼어붙은 겨울에도 나무는 자란다.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다른 계절에 자란 부분보다 단단하다. 삶의 겨울을 통해서 우리를 더 깊이 만나주시고, 함께 겨울을 날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보내주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기를 바란다. 다윗이 누린 그 은혜들을 누리는 단단한 겨울이 되기를 소망한다.   
/ 김승겸 목사(서빙고 차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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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