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문화해설사가 들려주는 '기독문화재'] '화진포'에 서린 땀과 눈물 그리고 기도

문화해설사가 들려주는 ‘기독문화재’
 
‘화진포’에 서린 땀과 눈물 그리고 기도
 
강원도 고성군 화진포는 동해안에서 가장 큰 자연호수다. 아주 먼 옛날 강원도 북부 동해안은 서해안만큼은 아니지만 들쑥날쑥한 해안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래가 조금씩 쌓이고 어느덧 둑이 되어 호수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호수를 ‘석호’라 한다. 강릉에는 경포호와 향호가 있고, 속초에는 영랑호와 청초호, 고성에는 송지호와 화진포가 있다. 그밖에 크고 작은 호수가 해안을 따라 연이어 있다.
화진포는 호숫가에 해당화가 만발해 붙여진 이름이다. 멀리 금강산 향로봉이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철새들이 넓은 갈대밭에 보금자리를 만든다. 호수 주변 낮은 산에는 아름드리 금강송이 장관을 이룬다. 소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로 샤워하며 걷노라면 저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진다. 호수 너머에는 광활하게 펼쳐진 동해 물결이 넘실거린다. 물마루에서 밀려온 파도가 햐얀 포말을 해안으로 밀어 올리면 드라마 주인공이 되어 서걱서걱 밟히는 모래밭을 거닐게 된다. 
강원도 고성군에서 화진포를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김일성 별장’, ‘이승만 별장’, ‘이기붕 별장’을 자랑으로 내세웠다. 세인(世人)들에게 솔깃한 주제가 틀림없다. 김일성 별장이 화진포에 있다니 궁금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김일성 별장과 이기붕 별장은 그들이 지은 집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선교사들이 휴양을 위해 지은 집이다. 나는 오래전 지리산 노고단 선교사 휴양촌으로 답사 간 적이 있었다. 여러 사람이 주변에 있었는데 이렇게 수근거렸다. 
“선교사들이 선교하러 왔다더니 노고단에다 별장을 짓고 호화롭게 살았구먼!” 
알면 보인다고 했다. 한국에 복음을 전하러 왔던 선교사들에게 어린 자녀들이 풍토병에 걸려 죽는 가슴 아픈 일이 많았다. 풍토병 또는 전염병은 여름에 창궐했다. 선교사들은 궁여지책으로 인적 드문 곳에 휴양촌을 짓고 여름철에 잠시 휴식했다. 복음을 더 힘차게 전하기 위한 잠깐의 쉼이었다. 지역별 선교본부에서 적당한 곳에 휴양촌을 만들었다. 
화진포 휴양촌은 원래 원산만에 있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원산만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면서 휴양촌을 강제수용하고 대신 허락한 땅이 화진포다. 원산만에서 남쪽으로 160km 떨어진 화진포는 금강산과 가까웠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어서 선교사들에게도 만족스러운 땅이었다. 크리스마스 씰로 유명한 셔우드 홀 선교사가 쓴 <닥터 홀의 조선 회상>의 ‘화진포의 성’ 부분에 그 내막이 기록되어 있다. 원산만에 오두막을 짓고 가끔 머물며 휴식을 취하던 선교사들은 화진포로 오두막을 옮겨야 했다. 각자 적당한 거리에 터를 정하고 옮겨지었다. 오두막은 목재로 된 것이어서 인부를 동원해 옮길 수 있었다. 셔우드 홀은 바다와 호수가 보이는 언덕을 선택했다. 마침 독일인 베버씨가 직접 짓겠다고 나섰기에 일을 맡기고 병원 일에 전념했다. 얼마 후 화진포에 온 홀 부부가 경악했다. 오두막이 아니라 작은 성을 건축해놨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건축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더 놀랐다. 그러나 생각보다 적게 나온 건축비와 마침 평양에 갖고 있던 작은 토지가 매매되어서 건축비를 감당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김일성 별장으로 알려진 곳은 셔우드 홀의 ‘화진포의 성’이다. 내부로 들어가면 ‘윌리엄 홀과 로제타 홀’, ‘셔우드 홀과 메리언 홀’에 대한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다. 그밖에도 남북관계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옥상에 올라가면 호수와 바다, 금강산이 조망된다. 
이기붕 별장도 다른 선교사의 오두막이었다. 다른 오두막들은 목조로 된 것이어서 남아 있지 않다. 해방 이후 이 지역은 북한에 속하게 되었고, 김일성이 아들 김정일을 데리고 와서 묵은 적이 있었다. 한국전쟁 후에는 남한 땅이 되었고, 호수 언덕에 ‘이승만 별장’이 추가로 들어섰다. 
화진포 해안과 호수, 솔숲을 거닐면서 땅끝에 나가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님들을 생각해봤다. 이 땅에 왔던 선교사들의 아픔이나 지금도 흩어져 복음을 전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아픔이 동일하다. 내가 겪지 않으면 피상적 공감을 하게 된다. 화진포에서 저 아름다운 풍광 너머에 있는 오직 하나님만 아시는 선교사들의 땀과 눈물, 기도를 조금이나마 공감했다. 너무 아름답기에 역설적으로 그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선교를 마음에 품고 싶으면 화진포를 다녀오기를 권한다.
/ 임찬웅 집사(남양주온누리교회, 문화해설사, <강화도(준엄한 배움의 길)> 저자)

작성자  홍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