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신앙에세이] 검도하는 목사

신앙에세이
 
검도하는 목사
 
나의 마음에는 두 개의 방이 있다. 하나는 목회하는 방, 또 하나는 운동하는 방이다. 보통 목회 방에서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운동하는 방으로 들어간다. 운동하는 방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게 바로 검도 호구다. 
검도를 처음 하게 된 것은 대학생 때였다. 검은 도복과 호구를 쓰고 있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시작했던 검도가 지금까지 이어졌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미국 유학 때도 일본도장에서 계속하면서 검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검도가 좋은 이유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80세까지도 운동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도 교회 업무를 마치고 동네 검도장으로 향한다. 분주하고 바쁜 가운데 잠깐의 틈이지만 검도장에서 젊은이들과 땀을 흘리면서 교검을 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쉼표가 되고, 충전의 시간이 된다. 
내가 이토록 검도를 좋아하게 된 것은 세 가지 매력 때문이다. 첫째, 집중도가 높은 운동이라는 점이다.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하고, 칼끝을 마주하기에 잠시도 방심할 수 없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둘째, 순간적인 결정타를 요구하는 격렬한 운동이지만 호구를 착용하기에 안전한 스포츠다. 무리해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호구가 있기에 위험한 점이 없고, 안전하다.
셋째,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좋은 운동이다. 정확한 타점과 자세, 우렁찬 기합이 있어야만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스트레스가 풀릴 정도로 큰 기합을 내야만 점수를 얻는 운동은 검도가 유일할 것이다. 처음에는 취미로 검도를 시작했지만, 이 매력들 덕분에 지금은 단순한 취미 이상으로 정서와 건강, 목회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검도연맹에서 4단 승단 심사에 합격했다. 참가자 52명 중에서 14명만 합격했는데, 내가 그 합격자 명단에 들었다는 소식에 감격했다. 마치 대학교 졸업장을 받았던 날의 감격처럼 내 인생의 또 다른 기쁨이었다. 검도 4단 합격하고 난 다음에 서빙고온누리교회 근처에 살고 계시는 일본인 주재원들이 떠올랐다. 그분들과 검도를 하게 되면 교회와 선교에 좋은 접촉점이 될 수 있겠다는 기분 좋은 생각도 하게 되었다.
현재 다니고 있는 검도 도장에서 몇몇 젊은 사범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범들에게 “고단자일수록 중단(죽도)을 잘 잡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또한 “검도의 기본기인 중단을 가운데 놓는 자세를 잘하면 누구와도 대결할 때 절대 맞지 않는다”고 가르치고 있다. 마찬가지로 신앙도 중심만 잘 잡으면 절대로 넘어질 수 없다. 검도의 기본 정신은 배려에 있다. 검도는 남을 때리려는 운동이기보다 함께 연습할 때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예의를 갖춰야 하는 운동이다. 상대가 초보자일지라도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그 수준에 맞게 바른 자세와 예의를 갖추고, 계속 반복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사범들의 검도 아름답고 바른 검력이 된다고 가르쳐주고 있다.
신앙도 기본이 중요하다. 기본이 되는 중단(믿음)이 든든할수록 공격을 이길 수 있다. 운동의 고수일수록 온몸에 힘을 빼듯이, 신앙생활에서도 자신의 힘을 빼고 예수님이 말씀하신 팔복의 부드러움과 유연함, 배려의 마음을 지닐 때 강력한 신앙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취미로 시작한 스포츠가 지금까지 지속되어서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검도를 하면서 믿음의 생활과도 연결되어서 더욱 흥미를 갖게 된다. 앞으로 검도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남에서 전도할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 여성민 목사(광명공동체)
 

작성자  김다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