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신앙에세이] 그럴 줄 알았어

신앙에세이
 
그럴 줄 알았어
 
지난겨울, 아웃리치를 준비하던 중에 한 지체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목사님, 저 아웃리치에 갈 수 없어요. 이유는 묻지 말아 주세요.” 
순간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CM송 가사가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온 힘을 다해 이 지체를 설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필자가 먼저, 그다음에는 팀 구성원들이, 마지막에는 멘토님들이 설득을 시도했지만 모든 시도가 실패로 막을 내렸다. 그렇게 중도 하차한 지체를 뒤로한 채, 어쩌면 지체가 걱정했을 법한 고민을 안은 채 아웃리치 첫걸음을 뗐다. 그러나 염려도 잠시, “하나님이 다 미리 준비하셨어요”라는 고백이 연신 터져 나오는 현장에는 은혜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은혜의 현장을 떠나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가는 길, 마음 한편에 잠시 묻어 두었던 염려가 피어올랐다. 아웃리치에 갈 수 없다고 했던 그 지체였다. 그에게 하나님이 예비하신 은혜를 증거하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 여름이 되었다.
여름사역 회의에서 “모든 청년 구성원이 함께 아웃리치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그때 그 지체가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이 지체는 현실적인 이유로 아웃리치 참여가 어렵다고 했다. 지체를 향해 필자는 설득이 아닌 믿음을 고백했다. 
“하나님이 다 예비해 두셨으니 우리는 잘 준비해서 현장으로 가기만 하면 됩니다. 두려움만 넘어서면 하나님이 예비하신 은혜를 맛볼 것입니다” 
그날 이후 말씀대로 이루어지기를 부단히 기도하며 한 치의 의심도 두지 않으려 노력했다. 
여름 아웃리치 아침이 밝았다. 당일 우천 소식으로 인해 준비했던 페인트 작업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안고 현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하나님은 다 예비해 두셨다. 우려했던 비는 오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날, 구름기둥과 같은 시원한 그늘을 주셔서 편안하게 작업하게 하시고, 작업이 끝난 후에는 불기둥처럼 뜨거운 햇빛을 주셔서 작업이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은혜를 경험하게 하셨다. 이후로도 3일을 꼬박 하나님은 신실하게 역사하셨다. 
마지막 날 저녁, 마침내 “하나님이 정말 다 예비해 두셨네요”라는 고백을 이 지체가 듣게 되었다. 필자의 염려가 해소되는 그 순간 ‘그럴 줄 알았어’라는 고백이 흘러나왔다. 하나님이 내 마음 한편에 그 지체를 염려로 주신 이유, 공동체를 통해 그에게 아웃리치를 도전하게 하신 이유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넘어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게 하시기 위함이었음을 비로소 알게 된 순간이었다. 
에세이를 작성하면서 ‘무엇이 이 지체가 하나님으로부터 은혜를 입게 했을까?’를 되물었다.  그 답을 ‘삭개오’라는 인물에게서 발견했다. ‘삭개오’는 ‘정결한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사람들은 그를 ‘죄인’이라 불렀다. 예수님이 여리고를 지나실 때 삭개오는 그분을 보기 위해 뽕나무에 올랐다. 이 모습을 지켜보신 예수님이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오늘은 네 집에 유하여야겠다”고 말씀하시며 이야기가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이 감동적인 사건에는 한 가지 부자연스러운 장면이 등장한다. 분명 삭개오는 로마의 세리이고, 예수님은 로마로부터 유대민족을 구원할 메시아셨다. 그런 삭개오가 예수님을 보기 위해 나무에 오른 것은 분명 숨겨진 요소가 있으리라.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겠다”, “속여 빼앗은 것은 네 배로 갚겠다”는 그의 고백은 앞으로의 포부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재 시제로 기록된 이 고백은 그가 이미 그렇게 해오던 일을 앞으로도 이어가겠다는 다짐으로 볼 수 있다. 예수님이 이런 자신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삭개오의 간절한 바람이 그 지체에게도 있었던 것 아닐까? 그렇기에 역시 하나님이 하실 줄 알았다는 고백이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아닐까? 한 해를 결산하며 다시 한번 되뇌어 본다. “그럴 줄 알았어”
/ 박모세 목사(서산봄청년공동체)
 

작성자  박지혜 기자 wisdom7@onnu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