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장로순환칼럼> 어느 부활절에

누구에게나 삶을 뒤흔드는 특별한 날이 있지 않을런지요. 제게는 1984년으로 기억되는 그 해의 부활절 기간이 그랬습니다. 예수님을 믿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분을 인격적으로 만난 후라 여의도에서 열리는 빌리 그레이엄 전도집회에 관심을 갖고 참석했는데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 날은 교회에서 예배 후에 TV로 중계하는 집회를 함께 보면서 김장환 목사님의 유창한 통역에 감탄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작은 규모의 교회였는데 형제들이 교대로 순번을 정해서 하룻밤을 보내곤 했고, 마침 그 날이 제 순서였습니다. 모두 돌아간 후 저녁을 먹고는 혼자 조용히 말씀을 읽고 있었지요.
예수님의 고난에 관한 말씀이었습니다.
점차 저는 예수님의 십자가에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내가 이 천년 전에 예루살렘, 그 곳에 있었더라면, 나는 예수께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내가 믿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이었을 런지, 아니면 그 때의 유대인들처럼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는 군중들과 같았을는지….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이 진전되면서 객관적 시각으로 보려하자, 군중들과 같은 외침으로 소리 지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말이죠. 철없고 군중심리에 쉽게 물드는 속절없는 죄인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마침내 예수님은 골고다 언덕까지 십자가를 지고 오르셔야 했습니다.
십자가는 땅 위에 놓여 졌고 예수님은 틀 위에 묶여졌습니다. 예수님의 손바닥 위에 큰 못이 올려 졌고 로마 병정은 망치를 하늘 높이 올렸다가는 힘차게 내려 쳤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묶인 나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픔에 온몸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손이 다 박히자 다른 손으로, 이어지는 두 발의 고통은 끊임없이 온 몸을 강타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됐습니다. 그 분이 나를 사랑하기 위하여, 내 죄의 대가를 치르시기 위하여 감당했던 그 고통을 깨닫자 말 할 수 없는 감격이 내 마음을, 내 몸을 사로잡기 시작했습니다. 그 분의 사랑을, 그 은혜를 찬양하기 위해서 참을 수 없는 심정이 되었습니다.
찬송가를 찾자 188장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만세 반석 열리니 내가 들어갑니다. 창에 허리 상하여 물과 피를 흘린 것 내게 효험 되어서 정결하게 하소서. 내가 공을 세우나 은혜 갚지 못하네. 쉬임 없이 힘쓰고 눈물 근심 많으나 구속 못 할 죄인을 예수 홀로 속하네.”
1절에서 4절까지 부르면 부를수록 감격스럽고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계속해서 흘러 나와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도 믿음의 수준은 늘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근본이 흔들릴 수는 없었습니다.
이 전의 부활절들은 평범했었고 그 이후의 날들도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그 해의 부활절은
제 인생에 깊은 흔적을 남겨 놓았습니다.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피 흘리시는 주님의 십자가 아래로… 삶이 힘들 때면 늘 그 곳으로 갑니다. 그 분이 흘려주신 보혈이 제 영혼을 적시고 제 몸에 발라집니다. 때로는 원망스럽다가도 할 말을 잃게 되고, 때로는 낙심 되었다가도 살아계신 주님으로 인해 힘을 내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이 말이죠.
그러나 나는 이 세상을 떠나 주님 앞에 서는 그 날에, 오직 날 위해 죽으신 그 분의 십자가의 보혈을 통한 죄의 용서만이, 나의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께로 가는 유일한 길이 됨을 굳게 믿습니다. 지난 부활절의 은혜를 추억하면서….
/ 박덕현 장로(남양주 온누리교회)

작성자  조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