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하나님의 손

백지희 권사(OCC공동체)

▲ 백지희 권사(OCC공동체)

 

한해가 시작 되었습니다. 이순이 넘은 나에게 새로운 한해는 나이가 더 든다는 두려움을 줍니다. 그러나 능치 못할 일이 없으신 하나님에 대한 설렘을 가지고 신년예배를 드렸습니다.
많은 주부들이 그렇듯 나 또한 존재가치와 의미를 찾지 못해 갈등하며 보낸 시간이 많았습니다. 과연 하나님께서는 어떤 기대감으로 나를 빚으시고, 생기를 불어 넣으시며, 심히 기뻐하셨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보면 별로 기뻐하지 않으실 것 같았습니다. 눈에 보여 지는 것도, 손에 건져지는 것도 없어 무가치하다고 느꼈습니다. 우물가의 여인처럼 목말라 했고, 의미를 찾고 싶었습니다. 장터에 나온 아이처럼 한손은 엄마의 손을 붙잡고, 시선은 세상을 기웃거렸습니다. 세상은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하며, 탐스럽기도 하였습니다. 세상에 속한 것을 욕심내고, 비교하면서 좌절하고 기쁨을 잃어버릴 때도 많았습니다.
우리는 토기장이이신 하나님의 손으로 정성껏 빚어진 토기입니다. 장식장속에 있는 귀한 그릇이나 장독대 한 귀퉁이에 있는 옹기도 각각 특별한 목적과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의 본분은 하나님께서 빚으신 목적대로 토기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깨닫고 나서야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손은 나를 인생의 높은 곳으로, 때로는 낮은 곳으로 인도하셨습니다. 용도에 맞는 토기가 될 수 있도록 만져 주셨습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상황들을 받아들이고, 보내주신 사람들을 귀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손에 나를 맡기는 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후반기를 맞으니 육신은 쇠하여 가고, 더 이상 자랑할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무력한 마음이 되니 비로소 눈을 들어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힘이 빠질수록 나의 주장을 버리고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연약함을 하나님께 드렸더니 ‘심히 기뻐하셨던 나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알게 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빚은 나의 모습은 성부, 성자, 성령의 생기의 흔적이 드러날 때의 모습이었습니다. 삶 속에서 십자가의 사랑의 흔적이 드러나는 삶을 살 때가 바로 하나님께서 ‘심히 기뻐 하셨던’ 바로 그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음악을 나름대로 연주하며 삽니다. 악기는 달라도 모두가 연주자 입니다. 토기장이신 하나님은 또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십니다. 인생 후반기는 오케스트라의 심벌즈 연주자와 같습니다. 3악장까지 아무런 역할이 없어 보이지만 지휘자인 하나님께서 사인(sign)을 보내시면 공연의 클라이맥스를 장엄하게 장식합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인생은 매일이 새 연주를 위한 시작입니다. 마지막 호흡이 다할 때까지 심히 기뻐 하셨던 모습으로 살고 싶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의 흔적’을 드러내는 삶을 살면서 더 멋진 연주를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올 한해를 하나님의 손을 바라보며 사인(sign)을 기다립니다.

 

 

작성자  이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