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책 읽어주는 목사 <오늘을 위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책 읽어주는 목사
 
하나님께서 마련해주신 거룩한 대화

<오늘을 위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크레이그 반즈 저 / 복있는사람 / 12,000원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성경적 지식이나 신앙적 경험이 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친숙해지거나 익숙해지기 어려운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기독교 교리’다. 일반적으로 기독교인에게 교리란 딱딱하고 지루한 주제로 인식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시중에 기독교 교리에 대한 서적을 찾아보아도 갈증을 쉽게 해소할 만한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늘을 위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이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믿음의 성장과 성숙에 도전이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Heidelberg Catechis)은 1563년 독일의 개혁파 교회가 채택한 교리문답이다. 당시 독일의 정치지도자였던 프리드리히 3세가 영주의 자리에 올랐을 때 루터파에서 개혁파로 개종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다스리는 지역을 개혁파 신앙으로 통일하고자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신학자에게 교리문답을 만들 것을 요청했다. 당시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교수였던 자카리우스 우르시누스(Zacharias Ursinus)가 이 작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였고, 26세 목회자 카스파르 올레비아누스(Kaspar Olevianus)가 함께 했다. 우르시누스가 이 작업을 하던 때는 마르틴 루터, 장 칼뱅, 울리히 츠빙글리 등 당시 로마가톨릭교회의 굳은 전통과 관습에 저항했던(proteset) 개신교 종교개혁의 열정이 사그라진 뒤였다. 오히려 개신교 진영이 여러 개의 분파로 나뉘어 서로를 대적하며 논쟁하는 모습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말았다. 이 작업에 참여한 학자와 목사들에게는 자신들이 가진 차이의 이면에 보편적인 소망의 복음이 자리하고 있다는 공통된 신앙적 확신이 있었다.
교리문답서는 총 129개의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제1부는 ‘인간의 비극에 대하여’를 주제로 율법에 의한 죄의식을 설명하고 있다. 제2부는 ‘인간의 구속에 대하여’를 주제로 사도신경에 따라 성부, 성자, 성령을 설명하고, 성례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제3부는 ‘감사에 대하여’를 주제로 십계명과 주기도문을 설명하고 있다.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개혁주의 노선의 교리문답 가운데 매우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전역은 물론 미국의 개혁교회까지 이를 채택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문답으로 알려져 있다.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당시 기록된 많은 고백 문서들이 하나님에 대한 교리와 관련한 주도면밀한 신학적 주장으로 시작하는 것과 달리 인간이 처한 곤경으로부터 시작한다. 기독교 신앙의 내용에 대한 주의 깊고 체계적인 진술을 제공함은 물론 수많은 선택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에 영적인 권면을 건네고 있다.
사뭇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교리에 관한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그리스도인의 삶에 실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설명과 해설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삶에서 경험되었던 이야기들을 편안하고 진솔하게 나누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느끼지 못할 정도로 교리문답을 적절하게 녹여내고 있다. 저자의 의도 역시 교리문답이 신앙과 관련된 질문과 답변을 되뇌어 암송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가장 절박한 존재론적 불안과 수세기를 걸쳐 전해 내려오는 성경의 고백 간에 대화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된 것임을 깨닫게 하기 위함에 있다. 그러므로 이 교리문답의 핵심은 기계적으로 정답을 되뇌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마련해주신 거룩한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오늘날 마주하는 교리문답은 수세기에 걸쳐 신앙의 선배들이 상황을 뛰어넘어 하나님 앞에 신앙을 고백했던 삶의 치열한 흔적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본서를 접한다면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시기 원하시는 신앙의 유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정한효 목사(Pole2대학부)

작성자  홍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