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책 읽어주는 목사 <나쁜 감정은 나쁘지 않다>

책 읽어주는 목사
 
감정의 민주화

<나쁜 감정은 나쁘지 않다>
권수영 저 / 그리고 책 / 12,000원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분노공화국 같다. 우리는 분노와 짜증과 같은 감정을 불편하게 여기고 나쁘게 생각한다. 그 불편한 감정의 배후에 한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 사회의 경우는 그 불편한 분노 감정의 배후에 정치적인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정말 우리가 느끼는 분노, 혐오와 같은 감정의 배후에 외부적인 요인만 있는 것일까? 또한 분노, 미움, 원망과 같은 감정은 단순하게 나쁜 감정인 것인가?         
권수영 교수의 저서 <나쁜 감정은 나쁘지 않다>는 우리 내면에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에 대한 이해와 접근방법을 설명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어떤 감정도 나쁜 것은 없다. 모든 감정은 우리 내면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작동하는 것일 뿐이다. 저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리처드 슈왈츠 교수가 제시한 ‘내면가족시스템학’을 가족주의 문화에 젖어 살아온 한국인들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는데 사용한다. 슈왈츠 교수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생각, 감정, 욕구, 충동 등과 같은 요소들을 마치 가족과 같은 작은 인격들로 보았다. 우리의 신체가 시스템으로 움직이듯이 마음도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느끼고 접하는 감정인 분노, 미움, 원망, 짜증, 슬픔, 불안, 두려움, 수치심 같은 정서들은 모두 시스템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감정반응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두 가지로 구분한다. 강경파 감정과 온건파 감정이다. 강경파 감정과 온건파 감정이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강경파 감정은 분노, 짜증, 원망, 미움 같이 강렬하게 표출되는 감정이다. 반대로 온건파 감정은 웬만하면 잘 드러나지 않는 감정인데 슬픔, 외로움, 수치심, 불안 같은 감정이다.
대부분 우리 삶 속에서 강경파 감정이 쉽게 표현된다. 그러나 온건파 감정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느끼는 온건파 감정은 받아들이기 매우 힘든 감정이다. 슈왈츠 교수의 경우 유명한 대학교수임에도 불구하고 늘 대중 앞에 설 때마다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두려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면에 있는 두려움을 소인격체로 여기고 대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가 초등학교 교실에서 뭔가를 발표하다가 작은 실수를 하자 발표를 듣던 친구들이 깔깔거리면서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선생님마저도 비웃는 듯 웃고 있었다. 이 경험은 어린 시절 기억 중에서 그가 가장 지우고 싶었던 최악의 일이었다. 이후 그는 그 일을 기억의 저장소에 꽁꽁 숨겨두었다. 그 사건 이후 자신이 겪은 수모와 창피와 수치심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자신의 마음속 시스템에서 지워버리려고 했던 것이다. 그 결과 학창 시절 내내 발표 할 때마다 혹은 대학교수가 되어 강연할 때 마다 그때의 수치심을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해 강경파 감정인 지원군이 등장하는데 바로 두려움이다. 그는 두려움이라는 강경파 감정에 몰두하면서 어린 시절 치욕스런 장면과 기억을 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강경파 감정은 온건파 감정을 보호하기 위한 구원병이다. 자주 분노하고 짜증내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과거 어떤 상황에서 감당하고 견디기 힘든 모멸감이나 수치감의 경험이 있다. 그것을 다시 마주하는 것과 기억하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강경파 감정을 통해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마주하는 강경파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우리의 내면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내 안에 있는 다양한 감정이 균형 있게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을 ‘감정의 민주화’라고 하고, 감정의 민주화가 이루어지면 마음에 평화가 온다.
우리 개인도 마찬가지고 사회나 교회, 국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분노하고 화내고 짜증내는 이유는 단지 우리 눈앞에 보이는 정치적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오랫동안 우리가 꽁꽁 숨겨두고 회피했던 슬픔, 불안, 수치심, 비참한 감정의 출현일 가능성이 높다. 오늘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강경파 감정의 표출에 담겨있는 다양한 내면시스템을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 자신의 감정을 다양한 시스템 측면에서 이해하고 살펴본다면 개인과 가정, 교회와 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미움과 원망 분노의 감정을 다스리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오은규 목사(강동 온누리교회)

작성자  홍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