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크리스천을 위한 부부상담] “그럴 수도 있지!”

크리스천을 위한 부부상담
 
“그럴 수도 있지!”
 
한 가족이 일주일 동안 가족여행을 떠났다. 오랜만에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함께 맛있는 음식도 먹고, 바다를 보면서 답답했던 마음의 찌꺼기들을 날려 버렸다. 가족들 마음에 있던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누면서 행복한 휴가를 즐길 수 있었다. 그 즐거운 추억을 안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가족들이 길고 먼 귀갓길에 올랐다. 장거리 운전 이후 한가득 여행 짐과 다시 쌓인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왔다. 그런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가족이 휴가 가 있는 동안 에어컨이 계속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아내가 참지 않고 “여보 내가 출발하기 전에 에어컨 끄라고 했지! 전기요금 폭탄을 어떻게 할 거야? 내가 당신 때문에 못살아 정말!”이라며 분노와 원망의 말을 차갑게 쏟아냈다. 남편은 죄인이 된 듯 아무 말도 못 하고 거친 숨만 내쉬었다. 즐겁고 행복했던 여행의 추억이 한순간에 박살 나 버렸다. 아내는 아내대로 마음이 상했고, 남편도 남편 나름대로 화가 났다. 부부 싸움을 보는 아이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당황스러운 상황이 흔히 일어날 수 있다. 함께 여행을 가거나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종종 예기치 못했던 일이 발생할 때가 있다. 모든 방의 전등이 환하게 며칠 동안 켜져 있을 수도 있고, 에어컨이 쉬지 않고 작동해서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누구도 겪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정신없이 여행 혹은 외출을 준비하면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만일 이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상대를 비난하지 말고 상황에 대해서만 말해야 한다. 누구든 직접적인 비난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난 혹은 비판받을 만한 일을 저질렀다 해도 어떻게든 변명하는 말을 만들어 낸다. “당신은 내가 얼마나 정신없이 출발 준비를 했는지 알아? 당신이 확인하고 출발했으면 안 됐어?” 등 상대에게 들은 원망의 말에 받았던 고통 그 이상을 배우자에게 돌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정말 성숙한 사람만이 “내가 실수했네. 다음부터는 더 주의할게”라고 말할 것이다. 부부 사이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말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성숙하다고 할 수 있다.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서로 말할 수 있다. “에어컨이 커져 있었네!” 라고 말이다. 그러나 상대에 대한 비난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더라도 가능하면 비난과 질책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비난보다 완곡하고 부드럽게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      
둘째,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람의 고약한 심보 중 하나가 상대방의 실수를 보면 그냥 두지 않고 지적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깊은 상처를 조심스럽게 나눴는데 그 이야기가 가십거리로 떠돌기도 한다. 상대방의 허물과 아픔을 덮어두기보다 드러내고 말하고 싶은 게 인간의 연약함일 것이다. 즐거운 휴가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벌어진 누군가의 실수를 곧바로 지적하고 책임을 추궁하고자 하는 것이 사람의 일반적인 마음이지만, 그 실수와 허물을 덮어주는 것이야말로 미덕이다.
우리는 누구나 부모님의 눈감아주는 배려를 받고 자랐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눈감아 주고 품어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작은 실수를 덮어주고 품어준다면 그 행동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허물을 덮어주는 행동이 선순환되면 부부와 가족이 더 깊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쌓을 수 있다.
셋째, 역할 분담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는 계기로 삼는 것도 좋다. 일에 누수가 생기지 않도록 ‘상호점검’하는 것은 일하는 현장에서 매우 필요한 작업이다. 업무가 잘 전달됐는지, 맡은 일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서로 점검하고 격려하면서 일이 완성되도록 해야 한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필요한 게 분명한 업무 분담과 부단한 대화이다. 부부와 가족이 계속 가사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업무 분담이 분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에어컨 끄는 것의 역할에 누수가 생겼다면 다음에는 같은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부부와 가족은 앞으로도 함께 수많은 외출과 휴가, 여행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이 수없이 반복될 수 있다. 계속 누수가 발생하는 업무라면 더욱 분명하게 분담하고 상호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사랑과 온유함으로 말하는 것이 필수적 요소이다.
넷째, 부부싸움을 할 만큼 중대한 일인지 평가해야 한다. 정말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큰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일들이 큰 부부싸움으로 번질 수 있고, 자녀들을 타당하지 않게 혼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족에게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분류해 보면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엄청나거나 대단한 게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크다. 목숨 걸 일이 아니라면 “그래 그럴 수 있지”라며 수용하고 넘어가는 부부가 되면 좋겠다. 
여행 다녀왔는데 며칠 동안 가동됐던 에어컨을 본다면 누구나 당황할 것이다. 책임을 져야 하는 누군가에게 비난과 책망을 돌리고 싶을 것이다. 피곤이 많이 쌓인 상태라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수도 있다. 전기요금 폭탄을 생각하면 미친 듯 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수용과 용납이 필요한 게 가족 관계이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덮어주는 부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 황규복 박사, 김숙경 소장 부부(두란노 결혼예비학교 부부 강사, <사랑해서 결혼한 당신에게> 저자)

작성자  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