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온누리

유월절을 맞은 예루살렘은 각처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비록 잠깐이었지만 그중 많은 사람이 나귀를 타고 입성하는 랍비의 모습에 환호성을 쳤다. 봄볕이 따갑기까지 하다.  고향을 떠나 먼 길을 달려 온 제자들의 목이 타들어간다. 시원한 물 한 바가지가 그립다.▼제자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들어 와 식탁에 둘러앉았다. 벽에는 수건이 걸려 있었고 바닥에는 대야와 바가지가 놓여있다. 제자들 중 누구라도 나설 수 있었을 텐데 여행길에 지친 그들은 끔쩍도 하지 않았다. 그 때, 그 랍비, 예수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으셨다.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고 대야를 들고 와 제자 앞에 무릎을 꿇으셨다. 신발 끈을 풀고 발을 들어 대야에 담은 뒤 물을 붓고 씻기 시작하셨다. 그 당시 손님들의 발을 씻기는 것은 가장 낮은 종의 몫이었다. 그런데 만왕의 왕이신 그 분께서 수건과 대야를 들고 무릎을 꿇었다. 해와 달과 별과 바람과 바다와 사람을 지으신 그 손으로 제자들의 발을 씻어 내었다.  죽음을 몇 시간 앞둔 그 분의 관심은 오직 하나, 사랑이었다. 자기가 얼마나 제자들을 사랑하는지를 제자들이 깨닫기를 원하셨다. 예수님은 그들의 때를 씻기신 것이 아니라 사랑 없는 그들의 마음을 씻기신 것 이었다. 사랑이 없기에 잠시 후면 3년을 동행하며 숱한 이적을 보고서도 등을 돌리는 가장 비열한 그들의 믿음 없음을 씻기셨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새날이 밝아 그들이 행한 부끄러운 일로 수치심과 자괴감에 얼굴을 묻고 고개를 들지 못할 때, 가기의 발을 바라보며 떠올리라고.... “선생님이 무릎 꿇고 나의 발을 씻어 주셨다. 그 발이 아직도 깨끗하지 않은가.”▼ 제자들이 죄를 짓기도 전에 용서하신 예수님, 그 용서가 어느 때보다도 간절한 시기를 살고 있기에 그 사랑이 너무너무 그립다. 먼저 온 세상을 위한 교회에 이런 사랑이 넘쳤으면 좋겠다.“나의 하는 것을 네가 이제는 알지 못하나 이후에는 알리라” (요13:7). 아멘.     /jsc@onnuri.or.kr

작성자  온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