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온누리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시 ‘그랬다지요’의 전문이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마음이다. 모든 희망을 걸었던 사람이 속절없이 자기들 곁을 떠났다. 그들이 희망을 걸었던 사람을 그들이 십자가에 처형했다. 예수님을 통해 도래할 줄 알았던 하나님 나라에 대한 기대가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이제는 고향으로 달아나는 일만 남았다. 그 처절한 십자가 처형의 자리, 절망의 자리, ‘이게 아닌데’의 자리에서 도망치듯 길을 떠난다. 엠마오로 가는 길을 걸으며 그들은 ‘이 모든 된 일’을 서로 이야기 나눈다. 그때 부활하신 예수님이 가까이 이르러 동행하며 그들에게 물으신다. “너희가 길 가면서 서로 주고받고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냐”(눅24:17). 눈이 가리어진 그들은 사망의 권세를 깨뜨리고 다시 사신 ‘부활의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다. 예수님은 그들이 겪은 일들을 그들과는 전혀 다르게 풀이해 주신다. 성경을 들어 모든 일이 그렇게 일어났어야만 했다며 하나하나 말씀을 풀어 설명하신다. 마음이 뜨거워지게 하신다(눅24:32). 그들과 함께 하룻밤을 묵으면서 떡을 떼어 주며 눈이 밝아지게 하신다(눅24:31). 지난 며칠 사이에 일어난 사건들을 온전히 깨달을 수 있는 열쇠를 손에 쥐어 주신다. “그리스도가 이런 고난을 받고 자기의 영광에 들어가야 할 것이 아니냐”(눅24:26).

 

▼ 새로 나온 달력을 바꿔단다. 세모의 언덕에 선 우리는 엠마오로 가는 제자에게 나타나신 그 부활의 예수님과 언제 어디서나 동행하기에 ‘이게 아닌데’가 아니라 ‘바로 이것인데’ 하며 지난 한 해를 감사함으로 보낸다. 더 큰 기쁨과 소망과 기대감으로 새로운 한해를 맞는다. ‘마음이 뜨거워지고’, ‘눈이 밝아져’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는 은혜를 누린다. 할렐루야! 아멘.

작성자  온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