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Talk Talk 열왕기 3-솔로몬의 지혜 ‘듣는 마음’

 

교회에서 솔로몬은 ‘지혜’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자녀들을 축복할 때 ‘솔로몬의 지혜를 주옵소서’라고 기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열왕기상(개역개정)에 ‘지혜’라는 단어가 19번 나온다. 놋을 만드는 히람의 지혜(7:14)에 대해서 한 번, 나머지 18번은 모두 솔로몬에게 적용되고 있다. 솔로몬은 잠언 3000가지를 말하고, 노래 1005편을 짓는 등 문학적 능력도 뛰어났고, 동식물에 관한 백과사전적 지식도 있었다. 그의 지혜는 당대 다른 나라의 지혜로운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도 뛰어났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의 지혜를 들으며 오기까지 했다(왕상 4:29~34). 그 대표적 인물이 스바 여왕이었다(10:1~13).

솔로몬의 지혜와 관련해서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는 역시 ‘솔로몬의 재판(3:16~28)’이다. 어느날 창기 두 명이 솔로몬을 찾아왔다. 창기처럼 비천한 여인들이 왕을 찾아와 판결을 요구했다는 것은 솔로몬이 그만큼 비천한 자들까지도 돌보는 왕이었음을 암시한다. 아마도 창녀 두 사람은 솔로몬을 찾아오기 전에 일종의 하급심 재판을 받았을 것이고, 거기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 솔로몬에게 온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 유전자 검사가 있었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었겠지만, 창녀 두 사람 외엔 현장에 다른 사람이 없었던 터라 양측 주장만으로 진실을 가려야 했다. 솔로몬도 말만 들어가지고서는 진위를 가릴 수 없었던 것 같다. 논리와 이성으로는 판단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 솔로몬은 뜻밖의 판결을 내린다. 칼을 가져오게 하더니 아이를 둘로 잘라 나눠 주라고 명령하는 것이었다. 이 예기치 않은 왕의 판결 앞에 두 여자는 놀랐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이제 곧 저 아이는 칼에 죽는다. 일촉즉발 위기 앞에서 진짜 엄마는 마음이 불붙는 것 같았다(3:26). 몸을 파는 여자가 얻은 자식이니 얼마나 소중할까. 창기의 자식이기에 지금 이 상황은 더욱 눈물겨운 것이다. 그래서 여인은 왕에게 간청한다. 제발 아이를 죽이지 말아달라고, 차라리 저 여자에게 주시라고. 그러나 가짜 어미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나누어 달라고 요청한다. 아이가 물건인가, 나누게! 가짜 어미는 내가 다 가지지 못한다면 아이를 죽여 달라는 요청이다.
솔로몬은 두 여인의 반응을 보고 진짜 어미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아이를 진짜 어미에게 돌려준다. 이 판결을 들은 온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지혜가 그의 속에 있어 판결함을 봤다(3:28). 솔로몬의 판결은 하나님의 지혜로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면 솔로몬이 보여준 하나님의 지혜란 어떤 것인가? 솔로몬이 논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자, 그가 동원한 방법은 진짜 어미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솔로몬은 극단적 상황을 연출했다. 포기할 수 없는 아이지만 살리기 위해선 포기하겠다는 어미의 안타까운 울부짖음. 그것이 바로 어미의 심정이 아닐까? 솔로몬의 지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어미의 심정을 들을 수 있는 ‘마음’이 바로 하나님이 그에게 주신 지혜의 본질이었다.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 바로 앞에는 솔로몬이 어떻게 이 지혜를 얻게 되었는지를 들려준다. 솔로몬이 기브온 산당에서 일천번제를 드리고 난 뒤 여호와께서 꿈에 그에게 나타나셨다. “내가 네게 무엇을 줄까?”라고 물으시는 하나님께 솔로몬은 이렇게 간구한다.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이까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3:9). 솔로몬이 요청한 것은 정확히 말하면 ‘지혜’(히브리어로 ‘호크마’)가 아니라 ‘듣는 마음’(히브리어로 ‘레브 쇼메아’)이었다. 우리말성경은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마음’으로, 개역한글성경이 ‘지혜로운 마음’으로 번역했다. 솔로몬이 박학다식했기 때문에 우리는 솔로몬이 지혜(똑똑함)를 구했다고 알고 있으나 아니다. 솔로몬이 구한 것은 ‘듣는 마음’이었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해박한 지식도 필요하다. 논리적 사고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성경은 ‘듣는 마음’이 지혜라고 말한다. 마음을 듣고, 그 마음을 헤아릴 때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
솔로몬의 간구를 들은 하나님은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3:12)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듣는 마음’이 곧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이다. 하나님의 지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혜, 총명을 포함하되 그것을 넘어선 ‘듣는 마음’이다. 열왕기상 4:29에서 그 마음은 ‘넓은 마음’으로 나타나고, 10:24에서도 ‘하나님께서 솔로몬의 마음에 주신 지혜’라고 말한다. 이처럼 솔로몬의 지혜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과 관련하여 나타난다. 지혜는 마음에 자리잡아야 한다! 듣는 마음, 넓은 마음이 없는 똑똑함은 ‘헛똑똑이’를 키울 뿐이다. 솔로몬의 지혜가 내 자녀에게 있기를 기도할 때, 당신이 생각하는 그 지혜는 무엇인가?
/최원준 목사(강동 온누리교회)

1. 최원준(강동담당)

작성자  김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