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최원준 목사의 Talk Talk 열왕기 18

 

은금(銀金)으로 가득 찬 성전

 

열왕기하를 읽다보면 성전에 금은보화가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앗수르나 바벨론 같은 강대국이 침략하면 반드시 성전과 왕궁의 보물을 탈취해 갔다. 예를 들어 남 유다 왕 르호보암 제5년에 애굽 왕 시삭이 예루살렘을 침공하여 성전의 보물과 왕궁의 보물을 모두 빼앗고 또 솔로몬이 만든 금 방패까지 빼앗아 갔다.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은 여호야긴이 남 유다의 왕으로 있을 때 예루살렘을 침공하여 성전 금고와 왕궁 금고를 약탈했다. 남유다의 아하스 왕처럼 앗수르의 군사적 지원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성전과 왕궁 금고에서 은과 금을 바친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약탈되었다.
왕궁의 보화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성전에 있는 금은보화는 어디서 온 것일까? 먼저 성전이 금과 은으로 치장되었기 때문이다. 역대상 22:14에 따르면 다윗은 ‘금 십만 달란트와 은 백만 달란트와 놋과 철을 그 무게를 달 수 없을 만큼 심히 많이 준비’했다. 솔로몬은 이것으로 지성소 안과 법궤의 그룹들, 그리고 성전마루와 문짝의 조각물 등을 금으로 입혔다. 히스기야 왕은 앗수르 산헤립에게 굴욕을 당한 후 그가 요구한 금 30달란트와 은 300달란트를 주기 위해 성전 문의 금과 기둥에 입힌 금을 벗겨 주어야만 했다.
둘째, 당시 예루살렘 성전은 성전세, 십일조, 기부금, 토지 수입, 서원식 비용, 전세계로부터 들어오는 헌금, 환전 등을 통해 은과 금을 받아 보관했다. 성전은 각종 재물을 보관하는 ‘보고’(寶庫, treasuries)였다. 성경시대에 통용된 돈은 종이로 만든 화폐가 아니라 은화 혹은 금화였다. 성전세의 경우 하나님은 이미 광야시대부터 20세 이상 성인 남자들은 부자든 가난한 자든 반 세겔을 바쳐야 하며, 이것을 모아 회막 봉사에 사용하라고 명령하셨다(출 30:13-15). 남 유다의 요아스 왕은 이 말씀을 근거로 하여 성전 보수를 위해 세를 내게 했다(왕하 12장). 십일조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당연한 의무다. 이스라엘 백성이라면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과 나무 열매와 같은 토지 소산의 십일조와 소나 양과 같은 가축의 십일조를 바쳐야 했다(레 27:30-32; 신 14:22-23; 대하 31:4-6).
또 서원 이행은 제사를 드리거나 예물을 바치는 것이었기에 성전의 수입이 되었다. 민수기 5:5-8에 따르면 범죄한 자는 자신의 죄를 자복하고 그 죄 값을 갚되 오분의 일(20%)을 더하여 피해자에게 돌려주어야 했다. 이 때 그 죄 값을 받을 만한 친척이 없으면 제사장에게 돌려야 했다. 이런 것들도 성전의 수입이 되었을 것이다. 성전은 이상에서 언급한 수입원을 가지고 성전 제의 활동을 수행했고 과부와 고아와 같은 가난한 자들을 구제하기도 했다.
한편 성전은 오늘날 은행처럼 부자들의 개인 자산을 보관하는 은행 역할을 하기도 했고, 잉여 자본을 가지고 이자를 받는 대금업은 아니라도 저당을 잡고 돈을 빌려주는 일도 했던 것 같다. 선지자 아모스는 당시 이스라엘의 타락상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모든 제단 옆에서 전당 잡은 옷 위에 누우며 그들의 신전에서 벌금으로 얻은 포도주를 마심이니라”(암 2:8). 여기서 전당 잡은 옷, 벌금으로 얻은 포도주란 당시 종교 지도자들이 돈을 빌려주는 일을 했음을 암시한다. 이런 성전체제 지배자들, 즉 종교지도자들의 부패는 예수님 시대에도 변함이 없었다. 예수님은 ‘강도의 소굴’로 타락한 성전에 대한 하나님의 두려운 심판을 선포하셨다. 그렇다고 모든 제사장이나 레위인이 다 부자였던 것은 아니다. 예루살렘에 상주하는 귀족 제사장들은 부유했지만, 일반 제사장들은 대개 가난했다.
비일(Gregory K. Beale)의 <성전신학>에 따르면 성전의 금은보화는 별들로 가득한 하늘을,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빛나는 영광을 상징한다. 요한계시록 21장이 그리고 있는 새 예루살렘 역시 각종 보석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역시 하나님의 영광을 상징한다.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룩한 성 예루살렘을 보이니 하나님의 영광이 있어 그 성의 빛이 지극히 귀한 보석 같고 벽옥과 수정 같이 맑더라”(계 21:10-11). 또 선지자 이사야는 이미 종말에 회복된 이스라엘의 영광을 이방인들이 예루살렘을 찾아 와 하나님께 바치는 금은보화로 묘사한다(사 60:5, 9). 이런 모습은 열왕기하에서 성전이 강대국에 의해 유린되고 약탈되는 것과 대조가 된다. 하나님의 아름다움과 영광을 드러내는 성전 보화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방인들에게 약탈당한다는 것은 단순한 국가적 수치나 국부 유출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의 훼손을 뜻한다. 이런 치욕과 굴욕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열왕기에 등장하는 왕들이 하나님만 섬기고 그 분의 말씀대로 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상을 섬겼기 때문이요, 하나님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강대국을 의뢰하였기 때문이다. 성전은 아름다워야 한다. 하나님의 영광으로 가득 차고, 하나님만 예배하는 자들의 찬양 소리로 뒤덮여야 한다.
/최원준 목사(강동 온누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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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