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드러내고, 인정하고, 낮아지기

드러내고, 인정하고, 낮아지기

 

나는 1998년 9월 마지막 주를 잊을 수 없다. 남편이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근처 대학병원에 전화를 걸었지만 그런 환자는 없다고 했다. 주일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나는 주저앉았다. “남편을 온전하게 돌려 보내주시면 열심히 교회를 다니겠다”고 기도했다. 그렇게 5분쯤 흘렀을까. 남편은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주일 아침이 됐다. 하나님과 약속을 잊었던 나는 강한 두려움을 느꼈다. 교회에 나가지 않으면 내 삶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다시 교회로 초대하셨다.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는 한 주도 빠짐없이 예배에 참석했고, 매주 새로운 말씀이 귀에 들어왔다. 교회 등록과 함께 일대일 제자양육도 받았다. 하나님은 내가 일대일 제자양육을 받는 16주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도록 성실하게 이끄셨다.
그러던 내게 공동체 찬양팀을 섬길 기회가 주어졌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지만 찬양을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어릴 때 배웠던 찬송가와 예배 때 부르는 찬양 말고는 모르는 찬양이 많았기에 부담감이 커졌다. 서점에 내려가 경배와 찬양 테이프와 악보집을 구매해 매일같이 듣고 부르며 연습했다. 주님은 찬양을 통해 나를 회복시키셨다. 훈련 과정 속에 삶의 기쁨을 알게 하셨다.
믿음생활을 하며 내 삶이 힘들 때 그 이유가 궁금했다. ‘도대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나의 무의식이 궁금하고,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상담 공부를 시작했다.
상담 공부를 통해 삶의 어려움은 내면의 상처로부터 나온 것임을 알았다. 깊은 상처는 죄 된 욕망을 불러일으켰고, 형성된 가치관이 믿음의 삶을 방해하고 있었다. 내 상처를 십자가 앞에 가지고 나아가 하나님께 온전히 드리기로 했다. 내 연약함을 고백하고, 속사람이 강건해지기를 간구했다. 나와 같이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나는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을 늘 붙잡았다. 나는 상담에 임할 때, 우리 삶에 부어주신 하나님의 사랑이 거룩한 방향으로 형성되길 기도한다. 우리는 믿음 안에 어려운 상황을 뚫고 나가려면 먼저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세상의 상담 기법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자신이 가진 두려움에 직면하고, 상처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으로 회복되면 마음은 옥토로 변해 말씀이 깊게 뿌리내릴 수 있다.
이번에 새롭게 선포된 예수바보행전은 내게 거룩한 부담감을 갖게 했다. 상처를 치유하고, 거룩한 삶의 방향성을 형성하는 상담 과정은 예수바보행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내가 예수바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예수를 향한 삶으로 예수를 바로 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내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인정하고, 낮아져 말씀에 순종하는 것뿐임을 알게 해주셨다.
나는 풍성한 말로 포장하기 보다는 실천을 통해 십자가 앞에 낮아지고, 겸허하게 나아가는 길로 따라가고 싶다. 내게 찬양은 평생 가야할 길이다. 더불어 상담은 타인의 아픔을 기도의 자리로 이끄는 훈련이다. 부족한 나를 하나님의 동역자로 살도록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려드린다.

이규선 권사

/ 이규선 권사(한강공동체)

작성자  김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