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엽 목사의 신앙에세이 4
큰 것을 경험하면 작은 것들은 시들해진다
컴퓨터를 정리하다 나이아가라폭포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보게 되었다. 유학 와서 보스턴 온누리교회를 섬기던 시절 가족들과 갔던 여행이었다. 푸른색과 노란색 우비를 입고 찍은 가족사진이 제법 많았다. 폭포를 본 감동 때문에 열심히 셔터를 눌렀던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 미국에서 캐나다로 국경을 넘어 캐나다 쪽에서 본 나이아가라 폭포가 더 큰 감동적이었다. 미국 쪽에서 본 나이아가라 폭포가 웅장한 맛은 있지만 캐나다 쪽에서 본 나이아가라 폭포를 따라 갈 수 없었다. 아쉽지만 이미 미국 쪽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다음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내가 이런 경험을 이야기했더니 누군가는 “나이아가라”를 “저리가라”로 만들어 버린다는 브라질 이구아수(Iguacu)폭포 이야기를 했다. 영화 ‘미션’에서 악한 노예상인이었던 주인공이 수도사가 될 요량으로 무거운 갑옷과 소지품이 담긴 그물망을 짊어지고 폭포 옆 벼랑을 기어 올라가던 장면에 나온 바로 그곳이다. 기회가 되면 지상최대 규모의 이구아수 폭포에서 오보에로 멋있게 연주하는 영화 ‘미션’의 주제가를 듣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 캐나다에서 본 나이아가라 폭포를 잊을지도 모르겠다.
2015년 한해를 돌아본다. 가만히 있었으면 알 수 없었을 터인데 돌아보니까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이어리를 뒤적이며 그때의 감동을 다시 떠올렸다. 그러던 중에 내가 누린 은혜가 나이아가라 폭포인가 아니면 이구아수 폭포인가를 질문했다. 지금까지 내가 감당한 일들이 큰 은혜이고, 큰 감동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이 예수님을 따르는 인생의 최고나 최선이 아닐 것이다. 당연히 지금의 것에 감사하지만,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날마다 의지하는 하나님의 은혜도 이런 것이다. 큰 것을 경험하면 작은 것들은 곧 시들해진다. 진국을 경험하면 조미료 국물이 꺼려질 따름이다. 가수 나훈아를 직접 만난 사람은 닮은꼴 가수 너훈아에게 열광하지 않는다. 땅의 영광이 아무리 대단해도 하늘 영광을 경험하면 곧장 시시해진다. 그래서 세상을 향한 집착은 하나님의 큰 은혜와 깊은 진리를 경험하지 못한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예수님의 비유가 생각난다(마13:44~46). 밭에 감춘 보화를 발견한 사람은 자기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좋은 진주를 발견한 장사는 자신이 이전에 갖고 있던 모든 소유를 팔아 진주를 산다. 그렇듯이 하나님의 은혜를 맛보면 이 땅의 헛된 것에 더 이상 눈길이 가지 않는다. 은혜의 날개 아래로 나아가게 된다. 이전에는 세상 즐거움으로 기뻐했지만 이제는 오직 예수님만이 기쁨이 된다.
2015년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위한 기도제목을 정하며 은혜의 폭포수를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전 은혜보다 더 큰 은혜를 사모할 때 은혜의 폭포수 아래서 영원한 생명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이정엽 목사(로스앤젤레스 온누리교회)
작성자 김영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