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우리는 시간과 공간 안에 있는 현상만이 존재 그 자체라고 믿는다. 그런데 요한은 시간과 공간 이전에 말씀이 있었고, 모든 만물이 말씀으로부터 생겨났다고 선언한다. 말씀이 가장 먼저이기에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바로 하나님 자신이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요 1:1~3).
▼ 만물은 그로부터 출발한다. 그가 없으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말씀이 모든 것을 생기게 했으므로 그 안에 생명이 있다. 말씀 안에 있는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다. 바로 그 ‘빛’,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계시는 분이 세상에 오시어 우리와 같은 사람이 되었다. 이 분을 알아보고 그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하나님이 드러나면서 생명과 빛 속에서 살 수 있는 권세와 능력이 주어진다(요 1:12). 하나님이 드러나면 자아가 극복되면서 ‘빛’ 가운데 거하게 된다. 비로소 독생자의 영광과 은혜와 진리와 사랑과 생명과 자유함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 된다. 그런데 육신을 입은 말씀이 세상에 들어와서 세상에 계시나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생명과 빛이신 하나님이 오셨는데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간이 지닌 본질적인 한계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만을 바라보며 오직 자기만을 위해서 살아간다. 사람인 ‘예수’가 ‘그리스도’로 태어나셨다는 ‘성탄’이 실재적이고 의미 있는 사건으로 변하는 것은 내가 열심히 아기 예수를 공부하고 사역한다고 깨달아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셔야 가능해진다.
▼ 성탄절이다. 육신으로 오시어 지금도 내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를 알아보고 빛 가운데 거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사람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이것을 볼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셔야 한다.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가 이끄시어 그리스도의 탄생이 우리의 영혼 속에서 실제적인 사건으로 살아나는 성탄이 되었으면 좋겠다.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이니라”(요 1:13). 아멘. / jsc@onnu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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