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온누리

눈사람을 만들고도 넉넉한 함박눈이 내렸다. 온 누리가 눈부신 은빛 동심으로 가득 넘친다. 폭설 때문에 듣게 된 여러 사고 소식이 마음 아프지만 겨울답게 춥다는 것, 오랜만에 만나는 ‘계절다움’이 오히려 감동으로 와 닿는다. ‘자기다운 모습으로 제 자리에 있다는 것’, 하나님께서 만물을 지으신 창조의 원리요 질서이다.

▼ 눈 덮인 산하를 바라보며 오래 전 연변에서 만났던 초등학교 2학년생인 리길이 생각났다. “빨리 오소. 빨리 오소…” 할머니와 살고 있는 리길이 목소리로만 기억하는 부모에게 전화를 받으면 늘 시작하는 말이다. 리길은 생후 8개월 때 부모와 헤어졌다. 중국 동포들은 한국을 고국이 아니라 ‘기회의 땅’, ‘약속의 땅’으로 기억하고 있다. 한국에서 잠깐 번 돈으로 사업을 시작해 ‘갑부’ 소리를 듣게 된 이들을 바라보면서 키워 온 ‘코리안 드림’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불법체류자라는 약점 때문에 악덕 고용주들의 횡포와 고된 노동, 임금 체불, 부녀자에 대한 성희롱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낯선 땅에서 방황하며 하염없이 연변하늘을 쳐다보며 눈물 흘리고 있다. 어두운 밤이 지나면 어김없이 아침이 밝아 온다. 어둠 속에서도 빛이신 하나님께서 준비하시는 새벽이 언제나 잉태되고 있는 것이다. 우주만물과 인류를 향한 참으로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요, 은혜이다. 그래서 비록 어둠속을 살고 있지만 우리는 다시 새 날을 기다리며 만선의 꿈을 안고 힘차게 바다로 나간다. 우리가 험한 바다를 헤쳐 나가는 동안에 그 분께서 우리의 배를 소원의 항구로 인도해 주신다(시 107: 29, 30). 그리하여 우리의 배에는 평강과 감사의 찬양이 차고 넘친다.

▼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살고 있는, 무려 20만 명이 넘는 중국 동포들과 함께 만선의 꿈을 안고 힘차게 바다로 나가는 일은 하나님으로부터 먼저 복을 받아 누리는 온누리 성도들에게 주어진 몫이다. “너희와 함께 있는 타국인을 너희 중에서 낳은 자 같이 여기며 자기같이 사랑하라 …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레 19:34). 아멘./ jsc@onnuri.org

작성자  온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