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신문사 가족들과 관악산을 올랐다. 산은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바로 그 자리에 묵묵히 솟아있다. 산에 오르면 보이지 않던 세상이 열린다. 자연이 가져다주는 새로움 앞에 그동안 가까이하지 못했던 내면의 세계를 돌아본다. 마음의 그 깊은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상념에 젖는다. 계절이 가져다 준 축복의 시간이다.
▼ 11월의 산은 골이 깊었다. 졸졸졸 흐르던 시냇물은 말랐으나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이 계곡을 덮었다. 산에 오르면 생명의 소리를 듣는다. 바람소리, 새소리, 벌레소리, 냇물소리, 별똥소리, 운무 걷히는 소리…. 소음이 난무하는 도시에서 막혔던 귀가 뜨인다. 기기묘묘한 능선을 타고 골짜기를 더듬으며 산머리에 오르면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 부어 주신 생명이 보인다. 개미, 거미, 오리나무, 잣나무, 밤나무, 떡갈나무…. 한참이나 취한 듯 자연을 마시고 늦가을의 산을 몸에 담는다. 사람들이 떼 지어 오가는 거리에서 흐렸던 눈이 맑아진다. 그래서 산은 이 땅 위에 만들어진 하나님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다. 산을 오르면 첫 30분이 제일 힘들다. 그동안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줄 달려왔던 중독증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헉헉’ 가쁜 숨과 함께 구슬땀이 흐르고 온 몸이 허우적댄다. 정상을 향해 힘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믿었던 오만과 모든 역할이 떨어져 나간다. 모든 것이 비워지며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태초의 모습이 가장 잘 남아있는 산을 담을 공간이 주어진다. 비로소 하나님 보시기에 심히 좋았던 하늘과 해와 바람과 단풍과 다람쥐와 나를 만난다.
▼ ‘비움’보다는 ‘채움’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치열한 삶의 세계에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기에 예수님은 ‘산상수훈’을 무리를 피해 산에서 가르치셨다. 비움으로 채워지는 놀라운 영적 삶의 원리이다.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케 하는 자,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마5:3-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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