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
칼럼

온누리

“기도하는 시간이 부엌에서 일하는 시간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기도할 때 하나님께 매달리는 것 못지않게 부엌에서 일할 때도 철저히 하나님께 매달려야 한다.” 1666년과 1667년 사이에 보포르 대수도원장 등과 나눈 4번의 대화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사람들과 주고받은 15통의 편지를 담은『하나님의 임재연습』이란 책으로 널리 알려진 로렌스 형제의 고백이다.

▼ 로렌스 형제는 18살이 된 어느 날, 가지만 남은 앙상한 겨울나무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중 하나님의 섭리와 능력을 깨닫고 회심했다. 하지만 로렌스 형제의 삶이 그렇게 평화로운 것이 아니었다. 전쟁에 참전했다가 심각한 부상을 당해 장애인이 되고, 전쟁이 끝난 후에 들어간 직장에서는 언제나 실수를 저지르는 등 로렌스 형제의 삶은 온갖 문제투성이였다. 38세에 까르멜 수도회에 들어간 그는 ‘부활의 로렌스 형제’라는 수도명으로 불리며 이곳에서 평생을 평수사로 지냈다. 이곳에서 그가 맡은 소임은 영적인 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부엌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와 늘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믿었기에 하루 종일 주방에서 주님과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며 샌들을 수선하였다. 아무리 힘들고 비천한 일이라도 ‘주님의 일’로서 기쁘게 감당하며 하나님과 친밀한 사귐을 누린 결과 그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그리스도 성품의 사람,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과 동행하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다. 로렌스 형제의 삶은 우리에게 단조롭고 고된 일상에서 하나님과의 친밀한 사귐을 누리는 축복,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머무는 축복이 무엇인지를 깊이 깨닫게 한다.

▼사도 바울 역시 우리가 흔히 속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먹고 마시는 일과 영적인 일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에게 일상의 모든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거룩한 일이요, 예배요, 찬양이었다. 삶의 현장에서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현존을 받아들이고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믿음의 선배 바울의 고백이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아멘.

작성자  온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