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춘삼월이 열렸다.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3월이 시작되었다. 언덕배기로 넘어오는 햇살이 따스하다. 살랑대는 바람결에 앙상하게 마른 칙칙한 가지에도 잎눈이 부풀어 오른다. 누렇게 마른 검불 사이로 연초록빛 새싹이 움튼다. 봄은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 마음에 먼저 달려온다. 온통 불평뿐인 사람에겐 새움이 트는 봄이 와도 언제까지나 겨울이다.
▼ ‘ET 할아버지’. 두밀리 자연학교 교장이었던 고 채규칠 선생님의 별명이다. 선생님은 덴마크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설립했다. 조합 일과 함께 농촌봉사활동에 앞장서던 어느 날, 길 떠났던 차가 언덕 아래로 굴렀다. 순식간에 차를 뒤덮은 불길이 선생님을 덮쳤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한 눈은 멀고 귀를 잃고 손은 갈고리처럼 됐다. 외모가 완전히 훼손되어 타버린 몸, ET가 되었다. 그 와중에 아내마저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 깊은 수렁에서 선생님을 건져 낸 것은 희망이었다. “우리 사는 데 ‘F’가 두 개 필요해. ‘Forget’과 ‘Forgive’야! 사고를 당한 뒤 그 고통을 잊지 않았으면 난 지금처럼 못 살았어. 잊고 비워내야 그 자리에 또 새것을 채우지. 또 누구 잘못 탓할 것이 어디 있어. 내가 용서해야 나도 용서 받는 거야.” 선생님은 조합 일을 다시 시작하였고, 사랑의 장기기증본부를 만들었다. 경기도 가평에 천막을 지어 그 유명한 대안학교를 세웠다. 꿈을 잃은 학생들의 가슴에 하늘과 해와 구름과 달과 별을 심었다. 흙을 만지게 하고 씨앗을 뿌리게 하고 샘물을 마시게 하고 바람에 취하게 했다. 하루하루 죽어가던 젊은 영혼들이 자연 속에서 새 생명으로 살아났다.
▼ 인생은 한번뿐이라 누구나 가 보지 않은 낯선 길을 걷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생은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느냐에 따라 행복해지기도 불행해지기도 한다. 부정하는 마음은 여전히 한겨울이지만, 긍정하는 마음은 이미 봄이다. 춘삼월, 봄이 열렸다. 희망의 노래를 부르며 힘차게 달려가자. 우리에겐 ‘희망의 근원’이신 바로 그 분이 계시지 않은가! 아멘.
작성자 온누리
